大法 "고정적 시간외수당, 통상임금 아니다"

입력 2021-11-23 18:08   수정 2021-11-24 10:41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고정OT(overtime pay·시간외수당)는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부분 대기업에서 사무직 직원들에게 고정OT를 지급하는 임금 체계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정OT가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경우 기업의 인건비 부담도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통상임금은 연차휴가 수당, 휴일근로 수당 등 각종 수당의 기준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고정OT의 법적 성격이 정리되면서 기업은 한숨을 돌렸지만 근로자는 향후 수당 감소 등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정OT는 연장근로의 대가”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는 삼성SDI 소속 근로자 두 명이 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임금 소송에서 원심을 지난 11일 파기하고 부산고등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삼성SDI는 1980년 이전부터 사무직 근로자들에게 ‘시간외수당’ 명목으로 기본급의 20%를 지급해 왔다. 평일 연장·야간근로에 대해서는 별도 수당을 주지 않았다.

원고 근로자들은 이 고정OT가 통상임금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은 노사가 사전에 정한 ‘소정근로’의 대가를 의미하지만, 고정OT는 소정근로가 아니라 ‘연장·야간근로’의 대가이기 때문에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게 경영계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연장·야간근로 여부를 따지지 않고 관행적으로 고정OT를 지급했다면 통상임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원고는 회사 측이 고정OT를 한때 ‘자기계발비’라는 명칭으로 변경해 지급했던 점을 근거로 통상임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정OT는 더 이상 시간외수당이 아니며 기본급화됐다”고 강조했다.

1, 2심은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원심 재판부는 “회사는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하면 초과근로를 했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기본급의 20%를 지급했다”며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갖춘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은 대법원이 2013년 12월 통상임금을 판단하는 3요소로 판시한 내용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고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고정OT가 관행적으로 지급됐다고 하더라도 해당 임금 체계가 만들어진 배경과 연혁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2013년 이 회사 취업규칙을 보면 고정OT를 두고 ‘통상 연장근로인 월 32시간분에 해당하는 기본급의 20%를 급여에 포함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결국 본질적으로 연장근로의 대가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가 실제 연장·야간근로 시간을 별도로 따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고정OT가 소정근로의 대가라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사무직 근로자 수당 줄어들 수도
이번 소송은 고정OT가 통상임금인지 여부를 두고 나온 첫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번 판결에 따라 고정OT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온 기업은 휴일수당이나 연차수당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

삼성, SK, LG, 롯데그룹 계열사 등 주요 대기업은 월 11~26시간에 해당하는 초과근로수당을 고정OT로 지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사무연구직 근로자들에게 기본급의 26%를 고정OT로 지급한다.

이번 판결로 기업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자칫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면 삼성그룹부터 후폭풍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삼성디스플레이 소속 근로자 3800여 명도 회사를 상대로 같은 취지의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해당 소송은 수원지방법원에서 1심이 진행 중이다. 삼성SDI 측을 대리한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고정OT가 관행적·고정적으로 지급되던 사업장에서는 통상임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됐고 1심과 2심은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며 “대법원은 고정OT의 연혁과 본질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통상임금의 판단 기준을 정립하고 그간의 논란을 정리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친노동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서 나온 이례적 판결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곽용희/최진석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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